주말 약속이 갑자기 취소됐어요. 예전 같았으면 괜히 서운하고, 외롭고, 시간 낭비 같았을 텐데, 이번엔 좀 달랐어요. 비워진 하루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그냥 가만히 있어보기로 했어요.
느지막이 일어나 천천히 아침을 차리고, 커피를 내려서 거실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마시는 그 순간, 문득 이런 시간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조용한 집 안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달까요.
창밖을 바라보다가 간만에 책을 꺼냈어요. 시간에 쫓기지 않고,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, 나만의 호흡으로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꽤 괜찮았어요. 오히려 이런 날이 필요했구나 싶었죠.
혼자 있는 시간이 무조건 외로운 건 아닌 것 같아요. 오히려 혼자여서 누릴 수 있는 여유와 느긋함이 있다는 걸, 오늘 다시 느꼈어요. 아무 계획 없는 주말이, 이렇게 따뜻하게 채워질 줄은 몰랐네요.
앞으로도 가끔은 이런 하루를 일부러 만들어봐야겠어요. 외롭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,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으니까요.